2004-11-17 16:47:29

 

미국 외교정책의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내정된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이미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다. 26세 때 소련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87년 합참의장 전략 핵정책 고문을 역임했고, 89~91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소련 및 동유럽 담당 책임자로 근무했다. 지난 4년간 백악관에서 외교정책의 총괄조정대통령 보좌역할을 하며 부시의 그림자로 통했다. “닉슨 대통령 시절 헨리 키신저 이래 그녀보다 더 대통령과 가까운 국무장관은 없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는 탁월한 군사외교전략가이다. 91년 구 소련의 붕괴를 기획하고 입안한 사람이 라이스국무장관이다. 소련의 붕괴에 대하여 그녀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소련 권력에 대한 도전은 단호하고 시기 적절한 것이었다. 네 개의 의제라 불리는 군비축소, 인권문제, 경제문제, (소수민족 독립운동 같은)지역갈등 문제 전반에 걸쳐 포괄적으로 모스크바에 개입했다. 그 후 부시 행정부는 소련권력을 중부에서 동부유럽으로 방출하는 데 집중했다.(89년부터 91년 사이에 이를 라이스가 기획했을 것이다.) 그러자 소련의 힘이 점차로 기울면서 스스로 이익을 방어하지 못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평화롭게 서구에 항복했다,. 이는 서구의 승리이자 동시에 자유의 승리이기도 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PAX AMERICANA를 신봉한다. 그리고 미국의 국가이익을 촉진하는 것이 공화당의 외교정책의 핵심 사항이라 주장한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과 지식집약적 산업의 급격한 발전이라는 IT혁명이 일어났다. 경제에서의 초국가적인 상호작용이 가속화되었고, 국가 간의 자본 유치경쟁이 진행되면서 <신경제>의 원조인 미국 경제의 외교적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말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이러한 미국의 위상을 감안하여 경제개방과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의 신장으로 변화해야 함을 역설했다.

 

미국의 이익이 아닌, 인류전체의 이익이나 국제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그녀는 비판적이다. 미국의 권력행사가 타국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질 때만 정당성을 갖는다는 사고방식은 윌슨의 사고에 기반한다고 말하며, 이러한 성향의 클린턴 행정부를 비난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지나치게 다자 간의 해결책을 추구하였고, 그 결과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협정에도 조인하는 실수를 범하였다 비난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국제규범의 추구는 심각한 전염병이라 비난한다. 인류전체 이익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차적인 효과(Second-order effect)로 나타나는 것이지 미국의 외교정책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녀는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고, 미국의 가치는 보편적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세계관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증진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에 대하여, 흔히들 상식적로 이해하는 정치와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힘의 정치(Power Politics)는 다르다고 말한다. 현실주의자의 가치와 규범숭배자를 구분하는 양극화된 시각은 학문적 논쟁에서는 가능하지만, 외교정책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박한다. 언론 종교 정치의 자유가 있는 미국의 가치는 보편적이고,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게 유리하도록 국제정치의 판을 짜는 것이 미국의 승리이고,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 주장한다.

 

그녀는 이러한 미국의 이익에 입각하여,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여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천명하는 것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말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모든 국가들에게 혜택을 주지는 않음을 천명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난을 감수해야 하지만, 우선순위와 목표를 명백히 정의하지 않으면 치루어야할 대가가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미국과 같은 다원주의 국가에서 국가이익에 대한 명백한 천명이 없다면, 편협하게 이익을 도모하는 집단과 압력단체 등에게 국익이 쉽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국가이익을 재조명하고 다음과 같은 우선순위를 추구한다.

 

첫째, 미국의 군사력은 전쟁을 억제하고 무력을 시위하며, 억제가 실패하였을 때, 언제라도 국방을 위해 전쟁에 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천명한다.

 

둘째, 우리의 원칙에 공감하는 서구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게 자유무역과 국제통화체제를 확산시키며, 이를 통해 세계경제성장과 정치 자유화를 촉진한다.

 

셋째, 미국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평화 번영 자유를 증진하는 임무를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동맹국과 강력하고 친밀한 관계를 재정립한다.

 

넷째, 국제정치 체제의 성격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대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의 포괄적 관계에 집중한다.

 

다섯째, 깡패국가(rogue state) 혹은 적대적 국가의 위협에 단호히 대처하고 특히 이들의 증가하는 테러 가능성과 대량살상무기(WMD)개발에 대비한다.

 

군사력의 개선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군사력의 신속성 확보는 핵심과제가 되어야 하고, 군대와 훈련의 중요 요건인 군인의 임금과 주거는 보장되어야 한다. 첨단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어야 하고, 21세기 형 군대를 만드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은 더 가볍고, 더 치명적이며, 한층 기동성 있고 민첩하여야 하며, 장거리에서 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하는 데에 치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워싱턴은 군사예산을 편성하고, 단순히 군사력의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기 보다 몇 세대의 기술을 뛰어넘는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적대적 군사 세력에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 ……(중략)

 

미국의 군사적 역할은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의 갈등을 억제하는 일이다. 북한 또는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을 너무나도 두려워하여 어떠한 형태의 무력 사용도 상상조차 못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군사력이 매우 특별한 수단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치명적이며 또 그래야 한다. 군사력은 민간의 경찰력도 아니며, 정치적 심판도 아니다. 군사력은 민간사회를 위해 고안된 것이 결코 아니다. 군사력은 명백한 정치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다. 군사력은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해 또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과 같은 포괄적인 정치목표를 수행한다. 제한된 정치 목표를 가지고 단호히 싸우는 것과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김정일 정권은 너무나 불투명해서 악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그 의도를 알기 힘들다. 북한은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을 두려워 한다. 평양 또한 국제 경제체제에 편입될 겨우 얻을 것은 거의 없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평화적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미국의 북한 외교정책은 반드시 서울과 도쿄의 조율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 대가로 매수한 1994년 협정은 쉽게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접근의 헛점이 있다. 언젠가 평양은 미사일 실험을 할것이고, 미국은 더 이상의 혜택을 북한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Condoleezza Rice, Foreign Affairs, Vol.79. “Promoting the National Interest”를 요약 발췌한 것입니다.)

 

 

지난 13LA에서의 노대통령의 발언은 정상회담을 앞 둔 시점에서 외교적으로 부적절했을 뿐아니라, 부시 2기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주의 깊고 세심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고, 지금의 시점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유보되는 것이 마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미국이 대한민국이나 일본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하여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대북 협상에 임하는 데에 있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미국이 취하는 외교적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관점을 이해한다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개발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노대통령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는 정황은 여러 경로에서 나오는 뉴스를 볼 때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해와 협력이 배제된, 남북관계의 개선이 가능할까? 노대통령과 현 정부는 부시대통령이 재선된 것과 라이스보좌관이 국무장관에 내정된 것을 악재로 받아들이며 허둥대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 핵을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북한 핵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은 단순히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는 불안정한 동북아시아에서의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고, 미국의 셰계전략을 위협하며, 나아가 미국의 실질적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도날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국방장관은 <탄도 미사일이 미국에 끼치는 평가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북한은 대포동 2(TD-2) 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실험시설은 잘 개발되어 있다. 일단 체제가 준비되었다고 평가되면, 시험 비행은 결정 후 6개월 이내에 실시될 것이고, 실험이 성공하면 신속하게 실전 배치될 것이다. 미국은 미사일이 발사되기 상당기간 전에 이를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미사일은 알래스카와 하와이 제도의 군사기지와 주요도시까지 도달할 수 있다. TD-2의 경량변형체는 10,00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이는 피닉스, 아리조나, 메디슨, 위스콘신 까지 도달하는 호상 형태의 미국 서부지역에 위험을 야기시킬 것이다.

 

미국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입장은 6자 회담이 끝난 직후인 2003829일 발표한 성명 전문에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다자간 과정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 쪽으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참가국 간에 형성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다자회담의 이점 중 하나는 북한이 상대방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와 다른 참가국들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고 입증 가능한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방식으로 폐기토록 하는 것이다. 우리와 우리의 대화 파트너들은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을 걷도록 권고할 것이다

 

라이스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의 참모로서 자신의 북핵 해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거의 없지만 지난 79일 방한 때 나름의 구상을 피력했다. 그는 반기문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6자 회담에서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북한이 핵 활동을 중지하고 국제적 감시를 받으며 진정한 핵 폐기를 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대가)이 가능할지에 대해 북한은 놀랄 것이다고 말했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개발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표시하고 미국의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것은 외교상 예의가 아니다. 노대통령 말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정상회담 직전에 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연구소 소장은 노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에 대응하지 않겠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 2기 외교안보 담당자들이 다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미리 그런 발언을 하면 한미 간에 민감한 상황만 만들어낼 뿐이라고 우려했다. 황씨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정식취임한 후에도 북핵 정책에 대한 검토가 다시 한번 이뤄질 것이므로 시간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실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북핵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나아가 남북 화해의 진전을 위한 실질적으로 성과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노력으로부터, 우리는 미국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미국과의 공동의 이익과 공동의 관심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통하여, 손상된 한미관계를 회복하고 우리의 국익에 충실한 한미정상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그렇다. 외교란 우리의 입장에서 주장되는 당위성과 절박성을 아무리 호소한다고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외교적 무례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우리 정부가 한결같이 놓쳐온 사실이 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협상을 함에 있어, 북한 핵에 대한 우리가 아는 정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은 미국에게 우리가 먼저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주장할 시점이 아니다. 2기 부시행정부는 새롭게 출발한다. 모든 대외정책은 재검토 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바뀌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경청할 때이다. 시간을 두고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합당한 대응을 하는 것이 제대로 일을 하는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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