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의 착각
2004-09-14 16:52:29
노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발언에 대하여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발언은 사뭇 비장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습니다. "모든 것이 포함된다. 보안법 폐지는 친북활동의 합법화이다. 대낮에 우리나라 어떤 곳에서도 인공기를 막 휘두르고 북한을 찬양하고 어떤 제재를 받지 않고 합법화된다는 것인데 체제가 위험하고 우리를 앞서갔던 많은 선배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선배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보법 폐지를 막겠다는 박대표의 국보법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상황인식은 황당스러울 정도로 모자라고 잘못되어 있다. 먼저 국가보안법이 자유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안전장치라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있다. 선배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이라 말하며 그 체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들으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산업화했다면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을 일이다. 군사독재와 계획경제로 산업화를 이룩하였다. 박정희가 행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원조는 스탈린이다. 자본주의 진영이 세계공황으로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때, 스탈린은 경제계발5개년으로 후진국을 산업화시켜 세계최강의 공업국으로 이끌어 올렸다. 산업화에 성공한 업적으로 말한다면 박정희는 스탈린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은 군사독재정권이 비인도적이며, 반인권적 독재정권을 지키기 위하여 수많은 민주인사를 탄압한 반민주악법이었다. 요즘은 아무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가져다 붙이는 것이 자유주의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에 자유주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있었던가. 노대통령은 내 마음이 헌법정신이라고 자유민주주의를 말했고, 한나라당은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며 경제살리기를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말하며 강성노조를 때려잡는 것을 주장한다. 애꿎은 자유주의라는 말이 수난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요즈음 아무나 필요에 따라 멋대로 가져다 붙이는 것이 자유주의란 생각이다.
이러한 개념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자유주의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자유주의는 집단에 의한 통제보다는 개인의 자발성을 우선시하며, 국가와 사회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성을 존중하기 위하여 존립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자유주의 이념의 핵심 테제에 대하여 칸트는, 도덕은 인간을 수단으로가 아니라 목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 했고, 토마스 제퍼슨은 정부란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보호하고 실현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설파했었다. 자유주의를 말하면서 사람을 수단(인적자원)으로 생각하며 교육인적자원부를 만든 DJ 정부의 무지몽매함은 돋보인다.
개인의 자유를 보편적 가치로 인식하고 그것에 기초한 사회제도를 적극적으로 구상하는 자유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국가와 사회의 지도원리로 자리잡게 된 것은 근대 유럽에서이다.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은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자기 완성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인간관, 원리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모순되지 않는 정치제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정치관, 개인의 자발성 보장이야말로 사회발전의 조건이라는 사회관 등 자유주의가 전제하고 있는 이러한 관념들은 모두 근대사회의 구성원리를 형성했다.
종교개혁 이후 ''신교(新敎)의 자유'' 주장, 원죄설의 부정 및 인간의 완성 가능성과 진보의 관념을 강조한 계몽사상, 기본적 인권과 사회계약의 관념, 영국 입헌주의의 역사적 전통, 고전경제학과 자유방임 정책론 등 근대혁명을 이끈 사상과 관념들도 자유주의의 근간이 되었다.
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였지만 자유주의가 의미하는 실질적인 내용은 이미 17~18세기의 부르주아 혁명 이념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 영국은 명예혁명으로 스튜어트 왕조의 절대주의를 청산하고 법에 의한 지배의 전통 위에 의회정치를 정착시킴으로써 근대적인 입헌주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J.로크의 정치이론과 A. 스미스의 경제학설이 종종 고전적인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영국에서 처음으로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체제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선언과 뒤이은 프랑스의 인권선언은 근대 정치원리의 기본이념으로서 인간의 자유를 보다 보편적인 용어로 표현하여 자유의 기초를 확립시켰고, 자유주의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동시에 프랑스 혁명의 정치과정은 폭력적 수단을 수반하는 급진적인 사회제도의 변혁에 반대하고, 의회제도의 틀 속에서 온건한 개혁을 지향하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로서 자유주의의 의미를 확인시켜주었다.
본래 자유주의는 유럽에서 근대 혁명의 보편적 원리를 주창하는 부르주아가 토지귀족세력의 정치적 지배를 타파하고 부르주아의 계급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19세기 전반에 성립시킨 정치적인 주장이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자유주의는 양면성, 즉 한편으로는 봉건제와 절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평등의 인간상과 합리주의를 계승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산과 교양을 지표로 하여 빈곤한 계급을 정치과정에서 제외시키고 브르죠아 계급에 봉사한다는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J.S.밀은 권력이 제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권력에 의존한다 말했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국가의 행정부란 부르죠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위원회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노동자에게 조국이 어디 있느냐고 국가를 전복하고 브르죠아의 재산을 가능한한 빠른 시간에 박탈하여 프로레타리아의 수중에 귀속시킬 것을 역설했었다. 마르크스는 국가자체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공산국가는 공산당 독재에 의하여 관료화 되었다. 관료화되고 부패하고 독재적인 공산국가는 결국 역사의 장에서 몰락하고 말았다.
파시즘이든 공산독재든 나는 전체주의에 반대한다. 전체주의 국가 이념은 그 어떤 방식이든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한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액턴 경의 말처럼 국가보안법의 과거사는 타락한 국가권력의 범죄적 실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과거 국가보안법의 잘못된 운영은 멋대로 인권을 유린하였던 독재자들의 죄상과 독재자들에 빌붙어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해 살아온, 돌팔이 법조인 부패한 관리들의 타락한 일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국민의 봉사자로써 정의로운 법의 수호자로써 본분을 망각한 채, 제대로 아는 것 없이 외국 제도를 어설프게 표절하고, 위선과 탐욕으로 살아온 그들의 죄상을 증거한다.
박근혜대표는 경제살리기를 강조한다.
국가보안법 문제와 과거사 문제를, 국민의 뜻을 제1의 기준으로 삼아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비합리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말하는 노대통령에게 경호실법을 폐지하라고 맞대응하는 한나라다의 멍청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반민주악법이다. 그 법 집행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졌기에 반민주악법이다. 제대로 된 법은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를 준수하여야 하고, 자유민주의 핵심은 국가권력의 행사가 적법절차에 의하여 행사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이 자유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라며 국가보안법 수호를 위하여 목을 걸겠다는 박대표의 비장한 의지 표명은 합리적 방법을 찾는 것은 애당초 글러버린 그야말로 한편의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국보법 개정과 페지에 대한 국민의 뜻은 이미 감정적으로 반목과 대립과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제대로 된 정치지도자라면 이러한 우리의 문제적 상황을 헤쳐나아갈 설득력 있는 해법을 찾아내고 제시하여야 한다. 그녀는 아는 것이 없고 대책이 없으며, 노대통령의 공격과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국가보안법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목을 걸겠다는 그녀의 용기는 가상하다. 다만 무모하게 그녀의 목을 걸어 국가보안법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한나라당과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살아온 날들에 대하여 반성할 줄 모른다. 그 당시 상황을 말하며, 당시로써는 자신들의 삶의 최선이었음을 되풀이하여 말한다. 줄서기 잘하고 필요하면 비겁하기 능수능란한 자들이 우리의 기득권층들이다. 좋다고 여기는 것은 표절하여 갔다 붙이길 좋아하니, 군사독재 하의 계획경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시장경제로 둔갑시킨다. 자신이 지닌 문제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반성을 기초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줄 모르니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안전판이라 착각하는 실력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그녀의 모습은 안스럽다. 멍청한 박근혜 대표에게 충고하고 싶다. 국가보안법 가지고 폐지 부당성을 주장하며 길바닥에 나아가 외치면 국민이 호응할까? 과거 국가보안법으로 인하여 피해본 사람들이 일어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보다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자리를 깔아주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현 정권의 개혁에 대응하여 경제문제로 현 정권의 무능을 부각시키는 것이 한나라당의 전략인 듯싶다. 스스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말하며 경제살리기를 말하는 박대표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딱하고 안스럽다. 지금의 우리 경제의 문제는 경제의 관점에서만 접근하여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이 없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의 문제, 노사문제는 단순히 경제문제만이 아닌 정치문제와 결합되어 있다. 강성노조의 문제는 생산성의 향상이란 경제적 차원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적 문제와 아울러 정치적 제도적인 문제로 접근하여야 풀 수 있는 문제이다. 조금 전문적으로 말하면 노사문제는 규범적 문제와 사실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우선순위를 기업의 생산성에 가치를 두느냐, 아니면 노동자의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느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혼돈하는 박대표가 말하는 경제살리기가 얼마나 실속이 있는 것인가 궁금하다.
법적안정성이 없는 사회에서 시장경제가 가능한가? 한나라당과 박대표는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법적 안정성과 법관의 법률의 기속이 시장경제의 기초라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가 공정한 룰에 의하여 작동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몇 몇 대기업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를 풀어달라 말한다. 이러한 발상 자체가 과거 특혜지향적 기업 운영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제도는 사회 모든 분야에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한 법관 마다의 판결이 서로 다른 사회에서 온전한 시장경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사회를 움직이는 기초적인 법질서가 공정하게 작동되지 않는 나라에 시장경제는 불가능하다.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는 자유민주주의적 헌정질서가 전제되지 아니하면 작동 불가능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어느 재벌이 대통령에게 잘못 보였다고, 그 재벌이 관여된 사업의 분야에 불리한 입법을 대통령 마음대로 만드는 나라에서 시장경제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공정한 룰에 의하여 돌아가는 사회가 아닌 힘 있는 사람 마음대로 돌아가는 사회였고 여전히 그렇다. 기득권층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판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고 수용하기 싫은 것이다. 실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산동네 빈민촌을 재개발하여 아파트를 짓는다 하자. 현재의 지가가 평당 10만원인데, 재개발하면 지가가 100만원이 된다. 건설회사가 정부에 뇌물을 평당 1만원 주고 사업허가를 받아, 원소유자에게 15만원에 매입한다. 대다수 원주민은 수용한다. 이에 반발하여 뗑깡을 부리는 사람은 철거반원(폭력배)을 동원하여 때려잡고 밀어붙인다. 그럼에도 끝까지 저항한 몇 명의 원주민에게 20만에 매입하여 재개발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기업이 그 실상을 알고 보면 기발하고 상상을 초월한 악랄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 왔고, 부패한 관리가 뇌물받고 이를 거들며 성장한 것이 우리 경제의 실상이다. 그런 다음 더 웃기는 일도 생긴다. 이러한 수법을 알아차린 폭력배가 다음에 철거민 촌의 딱지를 18만원에 매입하여, 가스통 폭파하겠다고 위협하여 평당 50만원 받아내는 사업수완을 발휘한다. 이러한 것이 허용되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시장질서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법률의 제재를 받지 않는 국가의 최고권력은 필연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타락의 길로 나아간다. 자의적 권력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스탈린을 경멸하는 것처럼, 김일성과 김정일의 공산독재를 경멸하는 것과 똑같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짓밟앗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타락한 권력을 경멸한다. 박정희를 뛰어난 지도자라고 말하겠다면 스탈린은 위대한 지도자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마음이 곧 법이 되는 세상으로 살아왔다. 대한민국에 체제란 없었다. 단 한가지의 체제질서가 있었다. 대통령 앞에 줄을 서는 지배질서가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노대통령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과거 대통령들에게 줄을 섰던 기득권층 때려부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라 주장하며 개혁을 한다. 노대통령이 잘못된 지배질서를 부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새로운 지배질서를 만들지 못한다면 지금의 개혁이 필연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몰락의 길로 이끈다는 것을 나아가 우리 모두를 공멸로 이끈다는 것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빙자하여, 국가보안법의 폐지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며, 사생결단의 대립의 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심란하다.
우리에게 진정 절실하게 필요한 개혁이란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이라 확신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적 헌정국가를 확립하는 것이며 법치주의 국가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협의의 의미에 있어 법치주의란 모든 국가 기관의 법률의 기속을 말한다. 입법이 헌법에 기속되어야 하고, 행정이 법률에 기속되어야 하며, 법관이 법률에 기속되어야 한다. 법치국가이념의 최우선 과제는 통치권자의 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적 헌정질서에 기초한 법치국가를, 나아가 법의 지배의 이념을 실천함으로써, 정의에 기초한 새로운 국가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활력있고 생산적인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여야 한다 믿는다. 이 길만이 대립과 분열이 아닌 진정 화해와 협력으로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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