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중심의 리더쉽
2004-08-23 13:13:13
과거청산을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국론분열의 파국적 국면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한편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국론 분열적인 과거사 들추기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하는 뿌리이다.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라며 과거사의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얼핏 들어보면 한 쪽은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들어 상황논리를 주장하는 것 같고, 다른 한편에서는 원칙을 주장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기실은 상황논리도 아니고, 원칙에 대한 주장도 아니다. 과거사를 들추는 것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대다수 서민생활의 안정을 걱정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진정,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하여 과거사 청산을 주장하는 것일까? 이 또한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과거사의 청산이라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젼과 잘못된 과거사의 청산과 어떠한 연계의 고리를 가지고 있나를 밝혀야 한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역사 바로 세우기라면 과거로부터 이끌려온 현재의 국가의 정체성과 미래로의 비젼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제시되어야 한다. 여야 간의 과거사 공방이란 그 바닥을 들여다보면, 기득권층의 기득권 지키기와 현 정권의 기득권층에 대한 기득권 빼앗기의 싸움으로 비춰진다.
지금 대한민국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리더쉽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국가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우리의 앞 날을 개척해 나아갈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난국에 처한 국가의 현실을 타개 지도자가 있는가? 진정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고, 개인의 이익이나 당파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으며, 우리 모두의 장래를 모색하는 리더쉽이 남아 있기나 한 것인가? 어디를 둘러봐도 당파적 이익만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을 뿐 진정 우리 모두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목소리는 없는 듯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 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리더쉽은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만나는 모든 정치적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힘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당파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대다수 국민들 또한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에 힘을 모아주는 것이 합당하고 현실적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40여 년 성장과 실적 위주의 삶을 살아오면서, 올바른 삶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무엇이 올바른 삶이고 무엇이 그릇된 삶이라는 자각조차 잊은 채,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며 살아오면서 삶의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국가경영에 대한 온전한 철학이 있는 지도자가 없고, 올바른 신념을 지키며 살기 보다는 물질적 풍요만을 좇아 갈팡질팡하며 살아온 것이 우리들의 지난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건전한 삶의 원칙을 상실한 사회를 바로잡는 리더쉽이란, 혼란한 사회 상황에서 원칙을 바로 잡아가는 그리하여 사회질서를 확립해 나아가는 원칙 중심의 리더쉽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무질서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발전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군기가 바로 서지 않은 군대가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자기 나름의 삶의 원칙을 확립하고 자신의 생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성공적일 수 없다. 경찰관의 56%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대답하는 사회, 모든 국민의 준법정신은 땅에 떨어졌고, 지도층 인사들은 법 위에서 특권적 권한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된 사회이다. 그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법과 원칙이 무너진 사회로부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남을 다스리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다스리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쯤에서 이해할 수 도 있다. 성공을 위한 자기관리는 성공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적인 삶의 과정을 겪어오면서 실천한다. 하지만 승승장구하여 성공의 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실패하였을 때,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당하였을 때,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신이 기대한 삶의 상황과 실패한 현실상황의 엄청난 괴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한적 선택을 하는 것을 언론매체의 보도 등을 통하여 보게 된다.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엄청난 책임이 부과된 불확실한 삶의 상황이나, 견디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삶을 겪게 되면, 말처럼 그렇게 쉽사리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백만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였다.
대통령이 자신을 다스려야 나라를 온전히 다스릴 수 있다.
대통령의 직무 상의 책임이란 엄청나다. 모든 국정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 개인의 판단이나 의지로 감당하려 한다면, 세상에 대통령 노릇 성공적으로 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현명한 군주일수록 사람을 잘 써서 자신의 책임을 분담하면서 국정을 일관된 방향으로 통합해 이끌고, 법과 원칙을 바르게 하여 令을 세우고 권위를 세워 세상을 다스렸다. 소수의 사람이나 한 사람이 세상을 다스리려 할 때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 권위이다. 권위 없이 세상은 지배될 수 없다. 지배의 권위는 그 지배의 원칙이 보편적 삶의 원리에서 기인할 때 확립된다. 탐욕스런 지배자가 국가의 권위를 올바르게 확립할 수 없다. 지도자가 탐욕스러우면 국가는 권위를 바로 서지 않는다. 지도자의 도덕성은, 국가경영이 지도자의 개인적 욕망에 기초한 것이 아닌, 보편적 삶의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만들어, 보다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국가권력의 영속성을 향상시킨다.
고도로 복잡하고 분화된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결코 개인의 탁월한 지도력에 의존하여서는 성공적일 수 없다. 그러하기에 사회통합을 이끌어 내고, 결집된 국민적 역량을 도출하는 지도력은, 국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정밀하게 조직된 국가기관의 권위와 법의 권위를 통하여 성공적으로 국가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의 상황이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 일수록,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를 극복하는 국가질서를 확립하고, 새로운 국가 비젼을 제시하는 리더쉽이란 국가의 조직의 원칙이나 국가운영의 원칙을 확립해 나아가는 원칙중심의 리더쉽이어야 할 것이다. 법치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통치권자의 권한의 오남용을 방지하는데 있다 말할 때, 이는 통치권자의 권위와 지도력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끌게 위해서는 원칙중심의 리더쉽이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플라톤은 강력한 권력을 무절제(어리석음) 없이 받아들일 인간은 없기에 강력한 권력의 무절제를 방지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무라 말하며, 국가 권력이 법에 의하여 다스려질 것을 강조했다.
원칙 중심의 리더쉽이란 원칙만을 강조하는 경직된 자세를 말하지 않는다. 지도자의 행동은 원칙을 지키며,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때, 국민은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다. 원칙을 제시하는 지도자는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비젼을 구체화하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국가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국가발전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원칙을 확립해 나아가는 지도자의 신념과 리더쉽은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도자의 신념을 공유하고 국가발전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지금 우리는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으로 편가르기를 하며, 자신의 주장만이 정당하다고 고집하며 서로를 흠집 내는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가 처한 난국을 극복하는 길이란 이러한 불신과 반목,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 우리가 하나되는 마음으로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리더쉽이 절실하게 아쉬운 싯점이다. 우리 시대에 가장 고갈된 자원은 <사회적 연대성>이라는 자원이다. 그리고 이 사회적 연대성의 이념은 우리의 헌법전문이 정신에 녹아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카리스마의 예언자적 능력이나, 영웅적 자질이 결코 아닐 것이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은 자신이 갖는 퍼스낼리티를 내세우는 지도자가 아닌, 우리 사회를 진정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어가는 원칙을 찾아내고 이를 실천하는 지도자라 믿는다.
'F. 정치 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테종(太宗) (0) | 2025.12.28 |
|---|---|
| 태종의 역할과 야당의 대응 (0) | 2025.12.28 |
| 역사 바로 세우기의 허와 실 (0) | 2025.12.28 |
| 친일청산과 국가정체성 (0) | 2025.12.28 |
| 헌법이 국가이다. (0) | 2025.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