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의 부재와 국가위기
2004-06-01 17:01:50
1. 상황
시대정신이란 알고 보면 한 사람의 정신이다.
지난 40여 년 우리나라를 지배해온 시대정신은 <잘 살아보세>로 시작한
경제성장의 국가이념이고
그것은 박정희라는 한 사람의 향도해온 시대정신이었다.
1979년 인간 박정희는 사망하였지만 그 정신은 다시 살아나 87년까지 지속되었고,
87년 6월 항쟁 이 후 붕괴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17년간 하나의 역사는 붕괴되어 왔지만 진정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지 못했다.
지난 17년간 민주화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국가 질서는 확립되지 못했다.
민주화의 이름으로 개인과 집단의 권리의 주장과 이익의 추구는 소리 높이 主唱되었지만
우리사회는 점점 혼란과 무질서의 방향으로 이끌려 왔고,
국가와 사회 각 분야의 지도력은 점진적으로 약화되었다.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사회통합능력은 저하되었다.
1993년 김영삼정부가 구상했던 신경제 5개년 계획은
박정희의 경제개발 계획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97년 IMF환란은 박정희 식의 제 성장 모델이용도 폐기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김영삼은 자신이 집권하는 것이 곧 민주화고 말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가 해야할 일(Agenda)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대중은 50년만의 정권교체를 말했었다.
하지만 김대중이 건설한 민주주의 국가의 실체가 있기나 한 것인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발하였고,
2004년 4월 15일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그야말로 완전한 의미의 정권교체를 성취하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집권층이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새로운 대한민국은 등장하고 못하고 있다.
새로운 역사는 여전히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국가질서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새로운 역사는 시작된다
실패가 확인되었다면 목표를 재설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여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을 때에도,
우리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박정희식 국가 발전모델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인당 국민소득 100불에서 10000불의 시대로 이끌어 온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은
박정희의 리더쉽을 중심으로 이룩하였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공하였다는 관점에서 말하자면
박정희식의 국가모델은 그 목적을 달성하였기에 새로운 국가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실패하였다는 관점에서 말할 때,
IMF환란이 박정희식 경제운용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 또한 이해해야 한다.
혹자는 IMF환란이 김영삼의 책임이지 왜 박정희의 책임이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논점은 누구의 책임을 추궁하자는 것이 아니다.
2004년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의 국가모델은 박정희가 만든 것이고,
우리 시대에 새로운 국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박정희 식의 국가모델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를 논의하고자 하는 때문이다.
2. 반성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독재국가에서 민주국가로 거듭나는 일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를 확립하는 길이다.
지난 17년 간 민주화 운동은 반체제적으로 진행되었다.
통합을 위한 국가권력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권 이후의 정부가 주도한 민주화 노력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보통사람의 시대를 연다는 명분하에,
사회통합을 위하여 꼭 필요한 권위마저도 파괴하고 말았다.
심지어는 국가기관의 개혁입법조차, 국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터무니없이 기구를 팽창하는 데 급급하여 예산만 낭비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40년 독재정치에 대한 누적된 각종 사회병폐로 인하여
대다수 국민, 지식인, 시민단체, 심지어는 사법부와 행정부 일각에서 조차,
국가권력을 분권화하고 국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민주화라 여기며 개혁입법을 추진해 왔다.
국가권력의 본질과 국법의 기본질서에 대한 이해 없이
당파적 이해에 얽매여 개혁을 실시해 온 것이다.
부처이기주의라는 희한한 말도 생겨났다.
이러한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 곧 정부 조직내의 통합능력이 훼손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정부의 민주화 개혁 또한 기구를 팽창하여 예산을 낭비하고
국가권력을 분권화하여 국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수많은 관변단체가 생겨났고,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정부는 고비용 저 효율의 엉망진창의 시스템으로 고물화 되어갔다.
이러한 어이없는 개혁의 추진이 공무원의 부패를 조장하고
사회혼란을 가중시킬 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88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었고 - 16년 지난 지금
지방자치단체는 부패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국민주권주의를 말하며, 무책임한 지식인들이나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요구대로 국정이 이끌어져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고
이러한 잘못된 생각이 사회전반에 퍼져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가권력을 무력화시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라고 착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회를 통합의 원칙보다는 분화의 원칙으로만 설명하려 하고,
조화나 사회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동질성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도외시한 채,
국가권력을 無力化시키고, 개인과 집단의 욕망을 극대화하는 것이
진리인 듯 외쳐대는 천박한 자유주의가 민주화 운동의 주조를 이루어 왔던 것이다.
국가의 기강은 무너졌고, 사회윤리가 실종되었으며, 우리들의
삶의 질서는 혼돈 속에 빠져버린 것이 우리가 처한 이 시대의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6.29선언 이후 지속되어온 이러한 사회위기 상황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각종 사회문제에 대하여 때로는 과도한 제어를 시도하고,
결국에는 부패한 세상 탓, 국민이 저질인 탓으로 방치해 버리고 마는,
국가권력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불능상태를 지속시켜 왔던 것이다.
독재정치의 폐해로 누적되어온 이러한 위기상황은
결국 우리로 하여금 파국적인 IMF체제로 가지 않으면 아니 될 국난을 초래했다.
현재의 국가위기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정당성의 위기>이다.
국가나 국민 할 것 없이, 어떠한 삶이 정당한 것이고, 어떠한 방법이 적절한 것이며
어떠한 목표가 적당한 것인가를 규율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국가권력은 통치자의 필요에 의해 독단적으로 법을 만들어
국민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반민주적인 지배방식은 수 없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이제는 그 설 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제대로 된 지배방식을 창출해내지 못한 국가가 국민의 눈치를 살피며
<국민의 요구에 의한> <수요자중심> <고객중심>의 행정을 한다며
국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3. 모색
국가발전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째는 국가의 생산성의 향상이다.
둘째, 체제의 자율성 강화를 통한,
공동 선과 국가 목적을 실현키 위한 지배력의 강화로 이해할 수 있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력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활과 삶의 상황을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統御하여, 결집된 국민적 역량을 이끌어낼 때 가능하다.
그러기에 국가는 확고한 원칙 하에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하고,
이러한 원칙은 보편적 진리와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정당한 원칙이어야 한다.
책임 있는 개인은 어떠한 규범을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는 원칙으로 수용함에 있어
그 규범이 자신의 행위를 拘束하는 準據로 정당한가를 물을 것이다.
또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적용의 영역 내에서
규범적으로나 사실적으로 효력을 갖는 규범인가를 따질 것이다.
따라서 法은 정당하고, 구체적으로 타당하며, 실효성이 있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이의제기를 통한 <정당성 승인청구>나 <타당성 승인청구>가 완전히 보장되야 한다.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법은 반드시 개정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통치자의 의사대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독재정치이다.
국민의 뜻대로 국가를 운영한다면 그 또한 프로레타리아 독재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각기 다른 국민들의 요구란 이질적이고 때로는 상호모순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민의 요구로 국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국가는 普遍的 眞理와 合理的 理性, 그리고
正義와 自由, 平等의 理念과 國民主權의 理念을 포괄하는 憲法을 제정하고
이 헌법에 기초한 법으로 국가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이러한 국가의 존립을 전제로만 平和가 가능하다.
또 이러한 憲政國家만이 국민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고
진정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의 전제조건이 된다.
40년 간의 독재정치와 독재행정에서 비롯된 독단적 의사결정방식은
이제 합법적이고 예측가능하며 투명한 행정을 실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실천적 의미의 민주주의 행정을 구현해 나아가야 한다.
확고한 원칙하에 나라의 令을 올곧게 세워야 한다.
<민주주의적 헌정질서>와 <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양 축으로 하는
확고한 국가질서를 바탕으로, 고용의 불안, 빈부격차의 확대 등이 야기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제권력이 시장질서를 왜곡할 수 없도록
경제를 다스릴 수 있는 정치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우리는 진정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게 될 것이다.
IMF구제금융의 여파는 경제부문만이 아닌 사회전반에 걸쳐 수많은 문제를 배태하고 있다.
강제된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야기되는 실업, 실업가정의 파탄,
전통적 공동체 사회의 붕괴, 젊은 세대의 가치관 상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서 비롯되는
자살율 이혼율의 급증, 출산율의 현저한 저하, 범죄의 폭발 등
수많은 사회문제의 폭발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국가의 사회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될 것이며
국가 위기의 국면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위기의 개념은 인체 내부의 저항력이
외부에서 침투하는 병원체의 증식력보다 약하면
그 생명체는 위기의 국면을 맞이한다.
이를 방치하게 되면 결국 그 생명체는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사회의 위기의 국면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 발생의 증가율이
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보다 커지게 된다면
국가나 건전한 사회의 존속은 결국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은 정권의 교체나 혁명 등
급격한 사회변혁의 요구를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국가의 위기국면이다.
우리가 처한 국가 위기 상황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들의 삶을 지배하는 원칙을 상실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지난 40년간 말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념을 표방하였으나
실질적으로 독재정치로 일관해오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념을 확립하는데 실패했다.
학연, 지연 등 연고 중심의 사회운영과 특혜지향적인 그릇된 삶의 방식의 추구로 인하여,
합리성이나 공정성에 기초한 건전한 사회작동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가권력 또한 독재자의 의사에 순종하는 방식만을 강제했을 뿐,
정당한 법에 기초한 효율적인 행정, 합법적인 권한행사방식을 확립하는데 실패했다.
성장제일주의와 실적주의의 기치아래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합법적인 삶의 가치는 외면 당해 왔다.
독재자들은 자신들의 정권유지의 방편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훼손하고 지역감정을 유발하여 국민화합의 기반을 파괴했다.
국가권력은 정당하지 못했으며 권력을 가진 자들은
특권과 불공정에 집착하며 不法과 전횡을 일삼아 왔다.
그 결과 국가는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고,
복잡해지는 사회현상과 계층과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데
구조적 해결불능상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것이 현 국가 위기 상황의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국가와 지배체제가 법을 지키지 않고 만들어 졌다.
권력자는 법 위에 군림했고, 고위관리일수록 恣意적 권한행사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준법정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독재정치로 일관해 온 지난 40년 동안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준법정신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로 치닫아 왔다.
자율성을 상실하고, 지배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 국가 질서가 무너져버린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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