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최우선 과제

2004-06-21 10:04:14

 

최근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우리사회의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사회가 일어나는 문제보다 이를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도권이전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상황이 또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는 계기로 되어가는 불안감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건국이래 최대의 役事가 될 수 있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도대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원리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자기 사는 지역의 땅값이 오른다는 이유로 천도를 찬성합니다. 그 타당성 검토가 충분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가 되지 아니한 사안을 가지고, 국민투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온전한 대책과 일관된 정책 없이 집권층의 자의적 판단으로 고집되고 집행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재신임부터 탄핵정국 그리고 총선, 수도권 이전의 문제까지 모든 문제의 접근 방식은 개인과 집단의 이해와 이기심에 기초한 필요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의 방식이든 권력의 행사방식이든 더 이상 합리적이고 원칙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일을 벌리려 하는 집권당과 그 문제점을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딴지를 거는 집단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론이나 국민의 의사가 지금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일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의 시행에 대하여 그 잘잘못 판단할 능력이 국민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정책을 결정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수결에 의하여, 어떠한 국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발상 또한 잘못된 것입니다. 어떠한 정책은 국가나 전문가 집단에 의하여 충분히 연구되고 검토된 후, 그리하여 그 문제점과 효과 등이 일반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립적이거나, 또는 다른 몇 개의 정책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 시급히 해결하여야할 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정부도 정당도 국민도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도 모른 채, 대책없이 허동대고 있는 것이 위기의 현실에서 국가질서 사회질서 그리고 개인의 삶의 질서를 하나씩 둘씩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이며, 국가의 운영의 원칙과 삶의 원칙을 하나 둘씩 바로 세우고, 국가의 질서와 삶의 질서를 가다듬는 일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흐트러진 삶의 질서를 바로잡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회안정과 국가질서를 확립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그 어떠한 사업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17년 민주화 운동은 한결같이 실패해왔습니다. 철학이 없고 민주적 사회질서를 바로 잡을 능력이 없었기에, 모든 대통령들은 새로운 일거리 벌리고 사업 벌리며, 정부 기구를 팽창하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수도권 이전 같이 준비도 없이 거대한 국책사업이 어이없이 벌어지는 상황은 노통이 개인적인 잘못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고, 그것은 제대로 된 민주화 개혁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같이 혼란스러운 국가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가 통치자 한 사람의 지도력에 의존하는 것으로부터 탈피하여 합리적인 지배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합리적 지배>란 근대국가의 특징을 이루는, 법률에 의한 지배를 말합니다. 모든 국가권력의 행사는 법률에 의해 제재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法治主義根本理念입니다.

 

보편적 진리과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정당한 법에 의하여 사회통합을 달성하게 된다면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나 패거리 정치의 폐단, 계층 간의 갈등 등은 저절로 불식될 것입니다. 이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우리는 진정 세계화된 의식과 삶의 토양을 다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사회는 보다 공정하고 활력있는 사회로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그리고 오늘의 우리사회는 한 개인의 영도적 결단이나 영웅적 지도력만으로 이끌어 나갈 수 없습니다. 합리적 이성과 정당한 법에 기초한 지배질서의 구축은 독재정치를 청산하고 실질적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시대적, 역사적 최우선 과제임을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질서, 국민 통합을 위한 국법질서의 확립해야 하는데 있어서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국가 기강을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국가기강의 근본은 무엇보다 형벌에 공정성을 확립하는 데에 있습니다.

 

법의 적용이 한 삶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심지어는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 형벌입니다. 형벌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국민주권을 말하고, 정의를 말하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아무리 외쳐본 들 그것은 대답이 없는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조선 5백년사에 가장 위대한 인물 중의 하나인 삼봉 정도전

일찌기, 국가의 본질을 <규범적 강제질서>로 이해한 탁월한 사상가이고 정치가이며 혁명가입니다. 서양에서 18~20세기에 걸쳐 이룩한, 근대법치국가의 이념을 무려 4~5백년 앞서 정립하고, 그러한 자신의 思想에 기초하여 朝鮮의 초석을 다진 위대한 인물입니다. 그는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에게 올린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형법이 한번 흔들리면, 난동을 금지하는 도구가 먼저 훼손되는 것입니다.

(난동을 억제하는) 힘이 없어 먼저 화를 입게 되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못하니, 난동이 그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대저, 사람이 하는 일이 공의에 맞지 아니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게 될 것입니다

 

刑法一搖 禁亂之具先毁 力未得而禍先至 心未安而亂不正矣

大抵人之所爲 不合於公議 則必有合於私情

 

三峯 鄭道傳三峯集: 恭讓王에 올리는 중에서

 

 

 

죄는 벌해야 합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죄는 벌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만 정의로운 사회와 정의로운 국가라 할 것입니다. 범죄가 발생하면 정의사회는 훼손됩니다. 정의사회를 복원하기 위하여 죄는 벌해야 하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고, 그러기에 모든 인간은 범죄에 대하여 고발할 권리를 갖습니다. 나아가 범죄자 또한 이성이 있는 사람으로 존중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건전한 삶을 살 권리에 기초하여자신의 죄에 대하여 처벌할 권리를 갖는다 할 것입니다.

 

헤겔(G.W.F. Hegel)은 그의 <법철학>에서

범죄자 자신의 권리로서의 형벌(Punishment as a Right)을 말하며

범죄자는 理性者로 존중되고, 형벌은 범죄자 자신의 권리로서 그의 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범죄자 자신을 위해서도 죄는 벌해야 합니다. 훼손된 정의사회를 위하여 죄는 반드시 벌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刑事司法正義가 바로 섭니다.

 

범죄에 대해, 백 중의 하나 정도는 판사가 은전을 베풀어도 괜찮다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형을 선고받았던 범죄자가 아주 영향력있는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수명의 변호인을 선임해서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풀려날 수 있는 현실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한 전직 법무장관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범죄행위가 비슷하다 할지라도 양형이 다르게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또 어떤 의미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똑같은 절도를 저질렀다 해도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는 매일 파출부로 일을 나간다면 부모있는 부자집 아들보다 재범할 위험성이 많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면 가난한 집 자식은 소년원에 가고 부잣집 아들은 풀려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양형을 평등하게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有錢無罪, 無錢有罪!

이것이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상식이고 법률문화의 현주소입니다. 이는 형사사법정의에 대한 몰이해를 유감없이 발휘한 발언이라 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온전한 형사사법정의를 염려하는 법조인은 없는 것같습니다.

 

바른 刑罰이란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범죄자와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서 그 양자의 책임에 비례하여 처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刑事司法正義입니다. 훼손된 정의를 위하여 죄를 벌하여야 하는 것이 刑事司法平均的正義라면, 범죄자 간의 책임에 비례하여 공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刑事司法配分的正義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刑事司法에서 平均的正義配分的正義 모두를 온전하게 구현해야 비로소 정의로운 국가사회의 초석을 다졌다 할 것입니다.

 

형사사법정의가 온전하게 구현되어 있고 준법정신이 보편화된 사회라면, 위의 전직 법무장관의 발언은, 형사정책 운영 상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국가권력이나 국민 모두 형편없는 준법정신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러한 발언은 刑事司法正義本末顚倒시킬 수도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할 것입니다.

 

을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나, 국민화합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형벌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正義法的安定性, 合目的性을 추구하는 刑法理念意義,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형벌은 범죄로부터 정의로운 국가나 사회를 보호하는 수단입니다. 형벌은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해져야 합니다. 동시에 형벌은 어떤 법률의 보호법익을 구현하는 수단입니다. 이러한 형법의 이념을 온전히 구현하고 발전시켜 나아감으로써, 刑事司法正義, 나아가 正義國家, 社會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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